국내 최초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미국의 LNG 수입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간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입국으로서 천연가스 대부분을 중동산에 의존해 왔던 우리로서는 선택지가 늘었으니 반가운 일이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과 가스·전력 분야 협력 증진을 논의했다. 포럼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극동이라면서 우리나라가 극동 개발의 최적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천연가스는 우리의 에너지믹스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부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원전과 석탄의 대체재로서 천연가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천연가스 도입처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제고 노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다행히 국제 천연가스 공급 시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천연가스 수입국들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러시아의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호주의 대형 해상가스 개발, 카타르의 LNG 생산량 증대 계획 등 LNG 공급량이 대폭 증가될 전망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국제 천연가스 시장의 수요 증가도 지속될 것이다. 한·중·일은 세계 LNG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구매하고 있고, 특히 중국의 구매량 증가세는 LNG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 거의 20년 협상을 거쳐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로부터 중국 내륙으로 가스를 도입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 중이며, 중국국영석유천연가스공사는 가즈프롬과 2019년 말부터 러시아 동부노선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미국과도 ‘미·중 경제협력 100일 행동계획’을 통해 에너지 부문 협력 증진을 합의, 민영·국영 기업들이 미국산 LNG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또한 러시아 극동 개발을 위한 러·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일본 기업 컨소시엄은 로스네프트와 극동지역 대륙붕 내 석유가스 탐사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미국산 LNG 수입량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국제 천연가스 시장은 가스 공급국들의 새로운 판로 모색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가스 수입국들의 수입선 다변화 노력이 맞물려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LNG 수출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함으로써 국제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일본 및 중국과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는 에너지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미·러는 우리에게 지리적 근접성,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확보 측면에서 최적의 파트너다. 우리나라는 향후 미·러의 아태지역 에너지 공급 전략을 적극 활용하면서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에너지 자원 협력외교 활동을 적극 전개해야겠다. 일본, 중국과도 가스관 연결 등 인프라 구축, LNG 거래시장 조성 등 실질적 가스 분야 협력을 더 활성화시켜 수입국에 유리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세중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장
[기고-권세중] 에너지 외교 적극 펼쳐야
입력 2017-12-01 17:30 수정 2017-12-0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