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틸러슨 결국 퇴장?… 또 터져나온 교체설

입력 2017-12-01 21:49

렉스 틸러슨(사진) 미국 국무장관의 교체설이 또 불거졌다.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틸러슨을 신임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았다. 후임에는 대북(對北)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거론되고 있다. CNN방송은 연말이나 연초에 틸러슨이 물러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교체설 보도의 배경은 틸러슨에 대한 백악관의 망신주기라고 분석했다.

틸러슨 교체설은 여러 번 나왔다. 최근에는 NBC방송이 지난 7월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 부르고 사퇴 직전까지 갔다고 지난 10월 보도했다.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틸러슨에 대한 신임을 밝혔고, 틸러슨도 기자회견을 열어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사퇴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느냐”는 질문에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계속 논란이 됐다.

직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틸러슨에게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낭비”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틸러슨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 채널 2∼3개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였다.

이때부터 둘의 결별은 시간문제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빗대 렉시트(Rexit)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틸러슨의 경질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이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적극 중재하면서 퇴진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후임자를 거론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틸러슨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계속 약해졌다.

이번에는 뉴욕타임스가 틸러슨 교체설에 다시 불을 붙였다. 신문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수주일 내로 틸러슨을 폼페오 국장으로 교체하고, 톰 카튼 상원의원을 폼페오의 후임 CIA 국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의 유임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틸러슨은 여기(백악관 안에) 있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 시점에 인사 발표는 없다”며 “틸러슨은 국무부를 계속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든 대통령의 신임을 잃으면 그 자리에 있기 힘들다”며 “내각은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놀라운 한 해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을 교체하기로 이미 결정하고 일부러 교체설을 흘리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연말이나 연초에 물러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