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맞담배 통치’… 핵개발 주역에 또 허용
입력 2017-11-30 18:31 수정 2017-11-30 21:24
金, 화성 15형 발사 참관 때
미사일 4인방 전일호·장창하와
맞담배하며 각별한 예우
4인방 핵심인 이병철·김정식
이례적으로 수행하지 않아
일각선 위상 변화 추측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를 참관하며 ‘미사일 4인방’으로 꼽히는 간부와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또다시 노출했다. 핵·미사일 개발 주역인 ‘국방과학자’를 향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대우 차원이다. 4인방의 핵심인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은 이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화성 15형 발사 당시 촬영한 사진을 29일 밤늦게 공개했다. 이 중에는 김 위원장이 중장(우리 계급으로 소장급)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전일호 당 중앙위원(국방과학원 소속 추정)과 맞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있다.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두 사람 뒤에서 각자 담배를 손에 들고 서 있다.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운 전일호는 지난 7월 8일 김일성 사망 23주기 참배 당시 미사일 관련 핵심 간부인 이병철, 김정식, 장창하(국방과학원장)와 함께 김 위원장 곁에 앉은 모습이 노출되면서 ‘미사일 4인방’에 포함됐다. 통상 김 위원장의 양옆은 김영남, 최룡해, 황병서, 박봉주 등 북한 최고 실력자 그룹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여서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다.
전일호는 김 위원장의 미사일 현지지도 수행원 중에서는 ‘뉴 페이스’에 속한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지대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 처음 김 위원장을 수행한 이후 6월 8일 지대함 순항미사일 시험만 빼고 도발 때마다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 9월 장창하와 더불어 ‘국방과학 연구부문의 일꾼’으로 호칭돼 국방과학원 소속으로 추정된다. 한때 그는 김책공대 자동화연구소장 직함으로 활동해 공학자 출신으로 보인다.
이병철은 2014년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을 지내다 김 위원장에 발탁돼 당 고위직에 진출했다. 그가 공군지휘관 전투비행전술 대회를 잘 치러서 김 위원장 눈에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미사일 발사 때마다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김정식은 지난해 2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를 총지휘하며 김 위원장에게 발사 과정을 직접 브리핑한 바 있다.
장창하는 북한 군수공업 분야의 기술 관료다.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해당하는 국방과학원을 오랜 기간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3월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모의시험 때 김 위원장 바로 옆에서 시험 과정을 설명했다. 고체연료엔진 시험을 실시할 때 무전기로 뭔가를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능력 발전에 기여한 간부에게 파격적인 스킨십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시험발사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면서 이병철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간부와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노출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미사일 개발 관계자를 업어주는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화성 15형 시험발사에는 이례적으로 이병철과 김정식이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7월 두 차례의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포함해 김 위원장의 미사일 관련 행보가 있을 때마다 등장했었다. 일각에서는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 두 사람의 위상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