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목회 트렌드] 대구 월배교회 ‘주박스테이’… 주님과 못잊을 하룻밤 마음에 ‘쉼’을 드려요

입력 2017-12-01 00:01
‘주박(주님과 하룻밤)스테이’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지난해 10월 대구 달서구 진천동 월배교회에서 ‘책 한 권 들고 주박’이라는 주제로 영성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월배교회 제공

‘주박(主泊) 스테이’. 대구 달서구에 있는 월배교회(이상관 목사)가 10여년 전부터 펼치고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주님과 하룻밤을 머문다’는 의미를 지닌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정오까지 1박2일간 진행하는 영성 수련회다. 전통적으로 이어지는 청·장년부 수련회가 아닌 다양한 대상을 위한 소그룹 맞춤형 수련회라는 점에서 문화목회의 새로운 유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문화법인이 지난 28일 ‘문화목회를 말한다’를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영도교회에서 개최한 정책협의회에서는 주박 스테이가 비중 있게 소개됐다.

주박 스테이의 출발은 추도예배였다. 월배교회에 다니던 한 장로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1주기 추도예배를 담임목사에게 부탁했는데, 자녀 부부와 손자손녀들까지 함께하는 1박2일 영성 훈련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것이다. 이상관 목사는 “당시 이런 경험을 통해 바쁜 현대인의 삶에 예수님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5년 전부터 본격적인 사역의 틀을 갖추고 주박 사역을 이어오게 됐고, 우리 교회를 일으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박 스테이 준비는 3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담임목사와 소그룹 리더 간 소통을 위해 참가자들에게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교회와 공동체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통해 몸 풀기와 마음 열기, 음식 나누기와 서로를 섬기는 세족식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과 ‘맞춤형’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일례로 생업에 치이는 가장들을 위한 주박 스테이에서는 ‘쉼’을 주제로 심신 피로를 풀어주는 데 초점을 둔다. 동시에 가족 간 관계 회복을 위해 소통 전문가를 초청하기도 한다. 교회 내부 갈등으로 상처 입은 교회 성도들을 위한 주박 스테이에서는 서로 축복하고 연합하는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대구YWCA 직원들을 초청해 업무와 관계 속에서 영적으로 침체되고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방안을 안내하기도 했다.

주박 스테이가 일반적인 수련회와 구별되는 점은 뭘까. 온 교회가 주박 스테이에 참여하는 소그룹 공동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는 교인 여부와 상관이 없고, 참가비도 없다. 전적인 교회 공동체의 헌신으로 이뤄진다. 농촌교회를 위한 주박 스테이에 참석한 중학생 김한나양은 “잠들 때까지 우리를 위해 수고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주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어 감사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월배교회는 주박 스테이를 통해 지역사회뿐 아니라 선교사들과 세상 일반 기업들까지 보듬을 계획이다. 월배교회 관계자는 30일 “내년에는 선교사들을 국내로 초청해 주박 스테이로 섬길 예정”이라며 “또한 신앙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일반 기업이나 단체의 직원들을 위한 영성훈련으로 섬기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