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동탄시온교회 본당엔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목회는 곧 인사”라고 말하는 하근수 목사의 목회철학이 담긴 문구다. 교회성장연구소에서 동명의 책을 출간한 하 목사를 30일 교회 목양실에서 인터뷰했다.
지난해 저서 ‘0점의 가치’에서 새벽기도로 달라진 삶을 들려준 하 목사의 두 번째 책이다. 책에서 하 목사는 인사는 관심이자 정복이며, 나눔이고 소통이라 소개한다. 겸손, 돌봄, 최고의 리더십, 사랑, 심지어 예배이자 복음이며 전도와 부흥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단 사람을 만나 교회로 들어오게 해야 말씀도 듣게 하고, 전도할 수 있다”며 “인사가 곧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했다. 1988년 12월 경기도 수원 매탄동 화장터 앞에서 아내와 둘이 목회를 시작한 이래, 힘들지만 늘 즐겁게 목회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바로 인사였다.
인사를 ‘정복’에 빗대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인사는 받는 게 아니라 찾아가 하는 것”이라며 “그 인사를 계기로 관계가 형성되면, 상대방의 인생을 통째로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책에는 하 목사가 인사를 했다 면박을 당했지만 다시 문을 두드려 관계를 정복한 사례가 등장한다. 산부인과 병원장에게 문전박대 당했지만,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자 그 병원을 찾아가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종종 인사했다 창피당해도 주저하지 말고, 인사는 곧 정복이란 생각으로 또 인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례로 회심한 뒤 예루살렘 교회를 찾아간 사울에게 인사를 건네고 관계를 시작한 바나바 이야기를 꺼냈다. 하 목사는 “모두가 사울을 경계할 때 바나바는 그를 잘 섬겼다”며 “위대한 사도 바울은 바나바의 작품이고, 이는 곧 바나바가 사울을 정복한 것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서 착안해 새가족에게 7주간 ‘바나바 교육’을 한다.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 외에 매주 교인 1명과 인터뷰한 뒤 내용을 적어 내라고 숙제를 내준다. 하 목사는 “숙제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했지만 결국 그 만남이 교회 정착을 도와준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이는 ‘동질적 응집현상’을 지적했다. 교인 수 500명 넘는 대형교회의 경우, 주일 오후예배나 금요예배 때 모르는 성도끼리 짝지어 5분간 교제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동탄시온교회에선 전교인 명찰달기를 하고, 예배가 끝나면 인사를 나누는 것은 물론, 어정거리며 시간을 보내라고 권유한다. 인생은 곧 만남에서 시작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인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 목사는 버스 안에서의 인사를 계기로 아내와 결혼했고, 선배 목사에게 인사를 잘해서 사역 기회를 잡았던 자신의 경험을 전부 풀어놓았다.
하 목사는 목사들이 성도들에게 좀 더 낮아진 마음으로 다가가서 인사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뿐 아니라 대학교에서 인사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이 만남을 제대로 못해 회사나 가정에서 관계의 실패를 겪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창립 30주년을 앞둔 동탄시온교회는 매주 3000명 가까운 교인이 예배드리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그의 목회철학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교인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 목사의 뜻을 따라온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인사로 자기의 삶이 달라졌다는 교인들의 고백을 책에 함께 실었다. 오는 9일 인사로 인연을 맺은 이들을 초청해 출판기념회도 열 계획이다.
화성=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하근수 목사 “인사만 잘해도 행복한 공동체 만듭니다”
입력 2017-12-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