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여전… 금리, 내년 하반기 한번 더 올릴 듯

입력 2017-12-01 05: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

자본유출 우려 선제적 대응
美 내년 3회 인상 예고 ‘부담’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 한국은행은 마지막 돌다리까지 모두 두드려본 뒤에야 강을 건넜다. 내년도 추가 금리 인상에도 최대한 신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에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하겠지만 고려 요인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금융통화위원의 소수의견도 있었다. 내년 중 1회 추가 인상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총재는 30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뒤 가진 간담회에서 뚜렷한 경기 개선세를 금리 인상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예상되고,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꾸준히 진전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1400조원을 넘어선 위험 수위의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이유도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가 확대되면서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 커지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앞서 선제적으로 국내 금리를 올려 자본유출 우려를 낮춘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10년간 한·미 간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비록 시차가 존재하지만 결국 미국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연출돼 왔다.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에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마저 완전 공개 상태인 탓이다. 미 연준은 내년에도 최소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방아쇠를 당겼지만 신중 모드는 여전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중히’라는 말 자체가 들어간 것도 이례적이다. 낙관적 경기 인식에도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는 이유는 북핵 리스크나 주요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금통위원의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조동철 금통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고수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금통위 결정에 힘을 실어준다는 차원에서 만장일치를 예상했는데 실명으로 소수의견이 개진된 것은 인상 논의 과정에서 논란 여지가 상당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리 결정과 별도로 내년도 금통위 회의 일정을 공표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3월, 6월, 9월, 12월에는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없고,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는 금통위로 대체된다. 상반기엔 1월 18일, 2월 27일, 4월 12일, 5월 24일에 열릴 예정이다. 1월에는 신년, 2월에는 설 연휴, 4월에는 신임 한은 총재 임명 직후, 5월엔 지방선거 직전 등의 시간표로 인해 한은의 금리 조절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는 결국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직전 금리 인상 전환기였던 2010년 7월 인상 당시에는 4개월 만에 추가 인상이 이뤄졌고, 이후 2011년 6월까지 1년간 다섯 차례 인상 기조가 이어진 바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