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대형마트 등 대규모유통업자가 공정위 서면실태조사 자료 미제출 시 과태료 상한선을 법인은 1억원에서 2000만원으로, 임직원은 5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당시 “다른 법에 의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공정위는 이 정부 입법안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주 열리고 있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야당 의원들이 별다른 상황변화가 없는데 정부 입법안을 이렇게 폐기하는 경우가 있냐고 항의했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별다른 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부 친기업적이었던 공정위가 발 빠르게 입장을 180도 바꾸고 있다. 공정위가 정무위에 제출한 ‘법안소위 안건에 대한 의견’에 따르면 심사 중인 공정위 소관 법률 개정안에 대한 공정위 입장은 크게 바뀌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의 부당결제청구 행위 금지 대상을 확대하자는 안에 대해 동의 의견을 냈다. 대규모유통업자의 보복행위 금지범위 확대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두 사안 모두 지난 정부 당시 공정위는 반대의견을 냈었다. 중소기업이 담합을 해도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서라면 허용한다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동의했다.
야당 관계자는 30일 “정부 발의 입법안을 1년도 안 돼 별다른 이유 없이 폐기하는 게 경제부처가 할 일이냐”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의 표상”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관가 뒷談] 정권 바뀌니 180도 입장 바꾸는 공정위
입력 2017-12-0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