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감소했지만 내부지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후진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주식소유 현황’을 발표했다.
공개 대상 57개 그룹의 평균 총수일가 지분율은 2013년 4.4%에서 올해 4.1%로 줄었지만 계열회사 지분율은 같은 기간 48.1%에서 53.9%로 증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과 계열회사 지분율을 합친 내부지분율은 58.0%를 나타냈다.
10대 그룹으로 좁혀보면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1998년 2.9%에서 0.9%로 떨어졌다. 그러나 총수일가는 계열회사 출자를 통한 계열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내부지분율을 높였다. 같은 기간 10대 그룹 내부지분율은 45.1%에서 58.3%로 크게 늘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1%보다 낮은 그룹은 SK(0.32%) 금호아시아나(0.33%) 현대중공업(0.89%) 하림(0.90%) 삼성(0.99%) 등이었다.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일가의 전체 그룹 지배를 가능케 하는 순환출자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기존 순환출자 보유 집단의 순환출자 해소는 1건도 없었다. 오히려 순환출자 고리 148개를 보유한 SM그룹이 새롭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순환출자 고리 수는 지난해 94개에서 올해 245개로 급증했다. 순환출자 보유 집단은 삼성·현대자동차·롯데·현대중공업·농협·대림·현대백화점·영풍·SM·현대산업개발 등 10개 집단이었다. 총수가 있는 그룹의 평균 출자단계는 4.2단계, 평균 계열회사 수는 36.4개로 수평·방사형 출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반면 총수가 없는 그룹의 평균 출자단계는 2.6단계, 평균 계열회사 수는 24.8개로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지분율 낮추며 지배력은 키운 ‘총수일가’… 0.9%로 좌지우지
입력 2017-11-30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