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우면하지 않고 걸어 온
40년 음악 인생 이야기 써
문화계 인사들과의 추억담
국악을 향한 순애보도 담아
“음반은 반응 기대 안 했는데
책에 대한 반응은 정말 궁금”
책의 뒤표지엔 각계각층 명사들이 전하는 짤막한 추천사가 실려 있다. 저자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다. 과거엔 밴드 송골매의 멤버였고, 현재는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배철수는 “옆에서 지켜본 그는 음악에 관한 한 천재에 가까웠다”면서 “내가 밴드 생활을 일찍 접은 데는 그의 영향도 조금은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화가 임옥상은 “그의 음악은 우리의 삶의 부재와 결핍을 메워주는 희망이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박동”이라고 썼다.
이토록 대단한 찬사를 듣는 주인공은 가수 김수철(59)이다. 그가 지난 22일 펴낸 책의 제목은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까치). ‘작은 거인…’에는 그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걸어온 40년 음악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수철이 처음 펴낸 책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김수철을 만났다. “이 책을 자서전으로 여겨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열없이 웃었다. 그러면서 “자서전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자서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냥 나의 음악 이야기를 풀어낸 책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30년 전부터 책을 내자는 제의는 여기저기서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자신이 없더군요. ‘글씨’라는 건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런데 2017년은 음악 작업에 몰두한 지 40년이 된 해거든요. 올해가 지나면 영영 책을 못 낼 거 같아서 쓰게 된 거죠.”
김수철은 지난 2월부터 집필에 매달렸다. 그의 실제 성격이 어떤지 안다면 이 책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멋 부리지 않고 진솔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수많은 문화계 인사들과의 추억담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듯하다.
‘작은 거인…’의 구성은 심플하다. 처음 곡을 만든 중학교 2학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딘 1980년대를 추억하면서 자신이 전야제 음악을 만들었던 88년 서울올림픽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90년대와 2000년대 거둔 음악적 성과를 자평한 내용도 실려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국악을 향한 순애보다. 김수철은 국악과 현대음악의 접점을 찾기 위해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인 대중음악의 거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음반을 37장 발표했는데, 이들 앨범 가운데 25장은 국악을 현대화한 작품이었다.
“책을 쓰면서 인생을 돌아보니 참 열심히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40년간 친구들이랑 어디 놀러간 적도 없어요. 숨 막힐 정도로 바쁘게 살았으니까요. 후회되는 건 없습니다. 뭔가에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통해 얻는 게 있었으니까요.”
국악의 매력을 묻는 질문엔 미소부터 지었다. 그는 “우리 전통음악이 훌륭하다고들 하는데 왜 다들 관심이 없을까 궁금해 국악을 듣기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처음엔 국악 음반을 틀어놓고 졸기 일쑤였다. 그런데 계속 들으니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더라”며 “국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애국심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돈을 쏟아 부으면서 국악을 공부해 음악을 만들었어요. 금전적인 보상 같은 건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냥 전통음악이 좋아서 미친 듯이 한 거죠. 제 성격이 그래요. 음반을 발표하더라도 팬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한 적은 없어요. 앨범 내놓으면 곧바로 다음 작업부터 생각했죠. 그런데 책은 좀 다르네요.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작은 거인’ 김수철 “책 쓰며 돌아보니 참 열심히 산 인생”
입력 2017-12-0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