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해외공작금 200만 달러 유용 정황 포착

입력 2017-11-29 23:10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美 스탠퍼드대 연구센터 송금
퇴임 후 연구원 자리 모색 의심
檢, 서울구치소 수용실 압수수색


원세훈(66·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 시절 해외공작비 200만 달러(약 20억원)를 빼돌려 유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9일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과 원 전 원장의 서울구치소 수용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관련 수사 과정에서 2011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특활비 200만 달러가 미국 스탠퍼드대 한 연구센터로 전송된 흔적을 발견했다. 이 자금은 해외공작비 명목으로 INSS를 거쳐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송금 관련 국정원 직원들을 불러 “원 전 원장 지시로 돈을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도 받았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퇴임 이후 스탠퍼드대 객원연구원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사전작업 차원에서 대학에 기부금을 낸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그는 퇴임 사흘 만인 2013년 3월 24일 미국행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검찰이 서둘러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추가로 특활비를 유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추적 중이다. 그에게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등이 추가 적용될 공산이 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