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장소는 결코 지도 위에 있지 않다.” 저자는 허먼 멜빌이 소설 ‘모비딕’에서 한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전체를 설명하는 원리를 제시한다. 기존 과학의 방법론이 부분을 설명하는 지도라면 그가 설명하는 원리는 전체를 보는 방법이기 때문에 더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카네기멜런대 사회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상호작용 집단지성 네트워크 협력 자기조직화 등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를 실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명쾌하게 해설한다. 이 원리는 자연이나 사회의 복잡한 현상에 적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집단지성’의 원리. 꿀벌들이 벌집을 옮기는 것을 관찰해 발견한 원리다.
정찰벌들은 여기저기를 다니며 새 벌집을 물색한다. 한 정찰벌이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8자 춤으로 다른 정찰벌에게 알린다. 춤을 길게 출수록 더 좋은 장소라는 뜻. 일정 시간 특정 장소를 다녀온 정찰벌 수를 세어보면 각 장소의 인기가 가늠된다. “마치 빌보드 음악 차트처럼 어떤 장소는 일정 기간 동안 차트에 올라와 있고 때로 새로운 장소가 섬광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렇게 손쉬운 비유로 복잡한 실험을 설명해간다. 벌들의 최종 결정은 새로 발견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장소를 탐색하는 정찰벌 약 20마리 정족수가 채워졌을 때를 감지하고 이 숫자가 채워지면 벌집으로 돌아와 요란한 날갯짓으로 ‘버즈 런’(Buzz run)을 한다. 그러면 꿀벌들은 이사 채비를 한다. 이것이 꿀벌들의 집단지성이다.
사회 현상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자주 나타난다. 새 스마트폰 모델이 시장에 등장하면 얼리 어답터들은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얼리 어답터들이 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은 정찰벌이 8자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저자는 본다. 제품이 더 좋을수록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이 얼리 어답터의 반응을 보고 제품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얼리 어답터가 집단지성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피드백과 네트워크 원리를 한번 보자. 인도네시아 발리 농부들은 계단 논에서 농사를 지어왔다. 다른 농부의 물을 빼앗아 오는 것이 이로울 것처럼 보이지만 농부들은 논에 서로 물을 댈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준다. 물 부족으로 한 곳에서 병충해가 생기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오는 피드백을 알기 때문이다.
실험과 전문 용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원리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책과 길] 꿀벌의 이사에서 집단지성을 읽다
입력 2017-12-0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