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美선제타격 막아야” 발언 왜?… 군사옵션 조기진화용

입력 2017-11-30 05:00
북한이 최고고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29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서 바라본 한국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 두 초소 사이를 날아가는 철새들만 자유로워 보인다. 파주=최현규 기자
“75일 만의 도발 감행에
미국 태도 변화 경계 차원”

文 대통령, 레드라인 의식
“화성 15형은 탄도미사일”

아베 日 총리와 통화 이어
중국 역할 확대도 촉구키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염두에 둘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당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검토했을 가능성, 문 대통령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신속히 통화했을 가능성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30분 트럼프 대통령과 20분간 통화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5시간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 당시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때문에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북한 도발 상황을 분석하고 추가 조치를 하기로 정상 간 합의했다. 그 이상의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의 통화가 미국의 급격한 태도 변화를 경계하기 위한 일환인가’라는 질문에 “종합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75일 만에 도발을 감행한 것은 북핵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상황 변화”라며 “양 정상이 신속히 통화하면서 이에 긴밀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화성 15형’이 기존 화성 14형보다 성능이 개량됐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북한의 의도 등을 파악한 뒤 양국 외교안보 당국 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추가 협의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 협의를 위한 구체적인 형식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양 정상이 다시 통화하거나 NSC를 통해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우선 75일 간의 침묵을 깨고 재개된 북한의 도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되면 미국 주도의 추가 대응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무기화’를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고, 북한은 이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NSC에서 화성 15형을 ICBM이 아닌 ‘대륙을 넘나드는 탄도미사일’로 표현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이 미국이 아닌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실제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고 있으며, 북한의 사소한 도발이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북한에 경고했다는 의미다. 남북 간 핫라인이 붕괴된 탓에 문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북한에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방식을 택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통화하고 더욱 강화된 대북 제재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양 정상은 30일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고강도 대북 제재안을 추진하고 중국의 역할 확대도 촉구키로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