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몰린데 앙심 품고 10년지기 여성 생매장

입력 2017-11-29 21:33 수정 2017-11-29 23:38

10여년간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산 채로 묻어 살해한 50대 여성과 그의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별거 중이었던 남편은 암매장에 가담했다가 경찰의 압수수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29일 10년 지기를 생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이모(55·여)씨와 아들 박모(2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7월 14일 A씨(49·여)를 렌터카에 태워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시게 한 뒤 강원도 철원 남편 박모(62)씨 소유의 텃밭에 암매장했다. 경찰은 전날 모자를 검거하고 이날 오전 아들 박씨가 지목한 장소에서 A씨의 사체를 찾아냈다.

이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6월 A씨 부탁을 받고 A씨의 옛 동거남 집에 들어가 A씨 옷과 가방 등을 들고 나왔다가 절도범으로 몰렸는데 A씨가 ‘부탁한 적 없다’고 해 처벌받게 돼 살해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8월 10일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던 A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담당 사회복지사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아들 박씨가 렌트한 차량의 동선이 A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지역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씨 모자를 추궁했다. 하지만 이씨가 A씨와 만난 사실을 부인하고 아들 박씨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경찰은 지난 24일 감금 혐의로 이씨 모자를 체포했다. 또 28일 박씨의 철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경찰을 따돌린 뒤 자택 인근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경찰은 이씨 모자로부터 잠든 A씨를 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성남=강희청 기자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