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베스트셀러] 피트 수자의 ‘오바마’

입력 2017-12-01 05:04
‘오바마’는 백악관 수석 사진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근접 촬영한 사진 300여장을 모아놓은 사진첩이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오바마와 주변 인물 사진 위주로 편집한 단조로운 책인데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오바마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걸 방증한다.

시카고트리뷴지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는 백악관 수석 사진사의 직책을 제안받자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오바마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 가까이에서 촬영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다. 오바마는 흔쾌히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책에는 백악관 참모도 보지 못한 오바마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한 사진들이 많다. 저자는 대통령이 침실에서 비서실장과 단 둘이 있을 때도 셔터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를 들고 그림자처럼 다가갔다. 그런 노력으로 오바마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용히 혼자 기도할 때나, 존 베이너 당시 하원의장을 복도 끝으로 몰아 세워 따질 때도 카메라를 들이밀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진은 오바마가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이다. 특히 두 딸 말리아, 사샤를 바라보는 오바마는 세계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 평범하고 자상한 아빠일 뿐이다. 둘째 사샤의 생일에 물총을 들고 수영장 주변을 뛰어다니는 오바마는 영락없는 개구쟁이다. 백악관 직원들의 아이들을 초대해 익살스런 표정으로 같이 놀아주는 모습에는 가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유세장에서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 어색한 정치인들은 오바마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