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진 속 빨간색 전화박스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전화박스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영국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자일스 길버트 스콧(1880∼1960). 그는 1936년 ‘K6’라는 이름으로 저런 형태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자세히 보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붕이 돔 형태여서 빗물이 고이지 않는다. ‘텔레폰(TELEPHONE)’이라는 ‘간판’ 아래엔 가늘고 긴 구멍이 뚫려 있다. 통풍을 위해서다. 벽이 유리로 돼 있는 것도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환한 달빛만 비춰준다면 이슥한 밤에도 전화박스 안에 들어가 다이얼을 돌릴 수 있다. 영국인들은 88년 정부가 친숙한 전화박스 디자인을 바꾸려고 하자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영국을 찾는다면 어디에서든 빨간색 전화박스를 만날 수 있다.
‘영국 디자인’에는 전화박스를 비롯해 영국 특유의 디자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물건 100여개의 탄생 스토리가 실려 있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이토록 대단한 작품들이 영국인의 손을 거쳤다는 점에 새삼 놀라게 된다. 영국의 디자인 비평가인 두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자국의 디자인은 공예와 산업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박지훈 기자
[책속의 컷] 산업과 예술이 만나면…
입력 2017-12-0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