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겨냥한 미사일… 北, 美와 ‘맞짱 협상’ 전략

입력 2017-11-29 18:50 수정 2017-11-29 23:16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8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 청사 집무실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를 지시하는 친필 명령서에 서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공화당 지도부와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양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왼쪽부터). 조선중앙TV 캡처, AP뉴시스, 청와대 제공

미국 전역 사정권 ICBM 도발…
김정은 “핵무력 완성” 트럼프 “우리가 처리”

北 “화성 15형 발사 성공”
75일 만에 다시 무력시위

고도 4475㎞·거리 950㎞
北 미사일 중 최고 고도

유엔 안보리, 30일 긴급회의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 전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이 상황을 처리하고 다룰 것(We will take care of it. US will handle the situation)”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북한은 29일 ‘정부 성명’을 내고 “조선노동당의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결심에 따라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5형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김정은 동지가 지도하는 속에 화성 15형은 29일 오전 2시48분(우리 시간 오전 3시18분) 수도 평양 교외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한 김 위원장은 “만족에 대만족”이라면서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 세운 위대한 힘이 탄생한 이날을 조국 청사에 특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인근 평성에서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화성 15형은 최고고도 4475㎞까지 올라갔으며, 950㎞를 비행했다. 북한 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다. 이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되면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타격권에 든다. 미국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데이비드 라이트 국제안보본부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1만3000㎞ 이상 날아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은 평양에서 1만1000㎞ 떨어져 있다. 성명은 “화성 15형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이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우며 미국과의 대등한 위치에서 일 대 일 협상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태평양을 겨냥한 ICBM 추가 발사 시험 등 무력시위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대화와 압박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이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토론했다”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과 미국, 일본 요청에 따라 29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30일 오전 6시30분) 긴급회의를 소집키로 했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