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군 고위 간부가 지난 3주 동안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마비시킨 시위대에게 격려금을 주는 모습(사진)이 포착됐다. 강경 이슬람 단체들을 포섭해 문민정부를 견제해온 현지 군부의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경비를 총괄하는 아자르 하야트 소장이 시위대에게 1000루피(1만원)가 든 봉투를 돌리는 동영상이 SNS로 퍼지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29일 보도했다. 하야트 소장은 집에 갈 버스비가 없다는 시위대에게 “이건 우리가 주는 선물이다.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하지 않느냐”며 돈을 건넸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인원에 대해서도 “별일 없으면 우리가 모두 풀어줄 것”이라며 시위대를 안심시켰다.
SNS에선 “수도를 마비시키고 경찰을 죽이고 공공재산을 파괴한 종교단체 사람들에게 돈을 주다니 참 세금 잘 쓰는구나”라는 식으로 분노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군부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를 토벌하는 시늉으로 서방 국가들의 지원금을 끌어내려고 오래전부터 그런 단체를 지원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시위도 군부의 도움 덕에 시위대의 승리로 끝났다. 정부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군이 중재에 나서 시위대 요구대로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시위를 해산시켰다.
지난 6일 TLYRAP를 비롯한 강경 이슬람 단체들이 이슬라마바드 핵심 도로를 점거하고 법무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선거법 개정안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예언자 무함마드가 이슬람의 마지막 예언자임을 선서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장관은 실수였다며 이 부분을 다시 고쳤지만 시위대는 점거를 풀지 않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이슬람 시위대에 돈 건네다 딱 걸린 파키스탄軍 간부
입력 2017-11-29 18:32 수정 2017-11-29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