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역 6번 출구는 자정 무렵이 되면 배차를 기다리는 대리운전기사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신촌 등과 가깝고 김포나 일산, 파주, 인천 등 주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해 대리운전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대부분 인근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으며 추위를 녹이거나 인근 편의점, 은행 인출기 코너 등에서 호출을 기다리며 쉬곤 했다.
서울시는 휴게 공간이 부족한 대리운전기사들을 위해 22일 전용 쉼터를 열었다. 합정역 6번 출구 인근의 한 대형 커피전문점 건물 3층으로 올라가니 주황색의 ‘휴(休) 서울이동노동자쉼터’ 간판이 눈에 띄었다. 쉼터는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과 상담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건강 뿐 아니라 금융, 법률, 주거 등 다양한 분야 상담이 이뤄진다.
여성 기사들을 위한 전용 공간도 한 쪽에 마련됐다. 대리운전기사 5년 경력의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총괄본부장은 “편의점이나 다른 공간에서 쉬다가 대리운전기사가 주인인 공간에서 쉬는 것 자체가 좋다”라고 말했다.
대리운전기사나 퀵서비스 기사 등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권익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정한 소득 유지가 어려운데다 위험한 근로환경,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이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쉼터를 기획하고 지난해 3월과 올해 2월 서초쉼터(대리기사쉼터)와 장교쉼터(퀵서비스기사쉼터)를 열었다. 이들 쉼터 누적 방문자는 2만6000명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들 외에도 학습지교사, 간병인 등 다양한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자치구,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서울시 ‘이동노동자 쉼터’ 3호점 열어
입력 2017-11-29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