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생환 우병우, 이번엔… 집으로? 옥으로?

입력 2017-11-29 18:55 수정 2017-11-29 21:32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우 전 수석의 차와 휴대전화를 기습적으로 압수한 바 있다.서영희 기자

네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불법사찰 혐의 피의자로
매서운 눈빛 대신 긴 한숨
“숙명이라면 받아들인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네 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검찰 특별수사팀, 박영수 특별검사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차례로 소환됐다. 두 번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에 그의 오랜 친구인 최윤수(50)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오전 9시52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났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가벼운 한숨을 쉬고는 “지난 1년 사이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1년 이상 이어온 수사에 대한 불만과 체념이 섞인 말투였다. ‘불법사찰 지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사에서 제 입장을 분명히 전하겠다”고만 답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6일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 특별수사팀에 처음 출석할 당시 황제 소환 논란을 일으켰다. 질문하는 기자를 매섭게 노려보고,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검찰은 4개월간 수사했지만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특검팀에 사건 기록을 넘기고 해산했다.

특검팀은 지난 2월 18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로 우 전 수석을 조사했다. 19시간 동안 신문한 뒤 곧장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특검팀이 최대 승부처였던 삼성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 뇌물거래 입증에 전력하다보니 우 전 수석 수사는 상대적으로 진척이 덜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4월 6일 그를 세 번째로 소환했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님과 관련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하다”며 그 한달 전에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검찰은 사흘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역시 기각이었다.

7개월 만에 검찰에 불려나온 우 전 수석은 추명호(54·구속기소)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공모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을 뒷조사하고 ‘비선 보고’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 받았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영에 개입한 혐의 관련 조사도 이뤄졌다. 우 전 수석은 “내가 그런(불법사찰) 일을 시켰겠나”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오후 6시쯤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최 전 차장 구속영장을 접수했다. 국정원이 생산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로 통보해 실행되도록 하고, 추 전 국장에게 사찰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혐의가 적용됐다. 기본적으로 우 전 수석과 공범 관계로 본다는 뜻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계획하고 있다. 그가 구속을 면하는 사이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지난 정부 권력자 대부분이 구치소로 갔다.

지호일 신훈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