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년 2월부터 시행
오랫동안 빚으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 보호하자는 취지
채무자 상환 능력 심사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재산 없고
월 소득 99만원 이하 대상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전체 채무액 6조2000억원) 가운데 상환능력 심사를 거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빚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 받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7월엔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원 대상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한 사람 가운데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채무자다.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소득은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 기준으로 월 99만원) 이하여야 한다. 10년 이상 된 차량이나 장애인 자동차, 1t 미만 영업용 차량은 회수 가능 재산에서 빠진다. 내년 2월부터 채무자의 신청을 받는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빚 탕감은 이번에만 한시적으로 한다. ‘부정 감면자 신고센터’를 운영해 재산을 숨기고 지원을 받았는지 감시한다. 부정 감면자에게는 감면 조치를 무효화하고 신용정보법상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최장 12년 동안 금융거래 불이익을 준다.
빚 탕감에 세금을 쓰지 않는다. 정부는 장기소액연체 채권의 매입과 소각을 담당할 신규 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금융회사나 사회단체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장기소액연체 채권을 사들인다. 구체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풀었다.
-기준을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원금 1000만원 기준은 국민행복기금 약정자의 평균 채무원금(1094만원)을 감안해 설정했다. 연체 기간 10년은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 신용정보원 연체정보 등록 해제기간(7년), 민사채권 소멸시효(10년) 등을 고려했다. 기준 시점은 지난달 31일이다. 연체가 2007년 10월 31일 이전에 발생했다면 연체기간 조건을 충족한다. 채무 원금(이자나 연체이자, 가지급금 제외)은 이 시점에 1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원금 300만원의 채무에 이자 720만원이 붙어 총 1020만원을 연체하고 있어도 원금잔액은 300만원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빚 탕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몇 명인가.
“채무자의 신청을 받기 때문에 몇 명이 지원 신청을 할지를 알 수 없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소한 159만명의 절반 이상은 구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분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권 소각 절차는 어떻게 되나.
“절차는 국민행복기금 내부 혹은 외부의 채무냐, 채무조정 후 빚을 갚고 있던 중이냐, 연체 중이냐에 따라 채무자를 네 그룹으로 나눠 진행된다.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 중 국민행복기금과 약정을 맺고 빚을 상환 중인 채무자의 경우 본인이 지원 신청을 하면 상환능력 심사를 거친다. 심사 통과 시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이와 달리 약정을 맺지 않고 연체 중인 채무자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행복기금에서 일괄 심사해 상환능력 없다고 판단하면 추심을 중단하고 채권을 소각한다. 다만 최대 3년 동안 숨겨둔 재산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어려운 형편에도 빚을 갚으려고 애쓴 성실 상환자에게 더 많은 정책 혜택을 주려는 취지다. 국민행복기금 외에 민간 금융회사의 장기소액연체자는 본인이 지원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절차는 국민행복기금 내 연체자와 같다.”
-상환능력 심사에서 탈락했거나 이번 대상에서 제외된 연체자는 지원 안 하나.
“심사에서 탈락한 국민행복기금 내 채무자의 경우 재산과 소득 등을 고려해 최대 90%까지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 국민행복기금 외 채무자에게도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법원 개인 회생·파산 등으로 연계해 추심 부담이 완화하도록 지원해준다. 채무원금이 1000만원을 초과했거나 연체기간이 10년 미만이라 이번 지원 대상에서 빠진 국민행복기금 내 채무자는 본인이 신청하면 개선된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환능력에 따라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 받을 기회를 늘리고, 일시 상환 시 20% 추가 감면 혜택을 준다. 또 향후 장기연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매입채권추심회사의 자본요건을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린다. 진입장벽을 높여 과도한 추심을 일삼는 영세업자의 추심업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장기소액연체자 최대 159만명 6조2000억 빚 탕감한다
입력 2017-11-29 18:49 수정 2017-11-29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