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결단계 로켓” 주장한 ‘화성 15형’… 정체는?
입력 2017-11-29 18:22 수정 2017-11-29 23:27
정상각도로 발사될 경우
워싱턴·뉴욕까지 사정권
가벼운 가짜 탄두 사용해
비행거리 늘였을 가능성도
북한이 29일 새벽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신형인 ‘화성 15형’으로 명명했다. 북한이 ‘화성 15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이 미사일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가장 위력적이고 완결 단계에 도달한 로켓이라고 했다.
정부 역시 북한의 화성 15형이 그동안 발사된 ICBM급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기술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다. 화성 15형은 최대 고각으로 발사돼 정점고도 4475㎞를 찍고 950㎞를 비행했다. 비행시간은 53분을 기록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그동안 세 번에 걸쳐 발사된 ICBM급 중에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정상각도로 발사될 경우 사거리가 최대 1만3000㎞라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 서부는 물론 워싱턴DC와 뉴욕 등 동부지역을 포함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범위다. 미국을 겨냥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단은 확보한 셈이다.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7월 4일 시험발사한 ‘화성 14형’의 최대 사거리(추정)는 8000㎞ 정도였다. 북한은 불과 4개월여 만에 사거리를 최대 5000㎞ 더 늘인 셈이다.
북한이 단기간에 미사일 사거리를 크게 늘인 것은 2단 로켓의 추진력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 15형은 2단 미사일로, 1단 엔진은 백두산 계열 엔진인 화성 12형의 엔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단 로켓은 ‘화성 14형’에 사용됐던 북극성 계열 엔진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엔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간 비행구간 자세 및 속도 교정에 의한 명중성, 추진력 벡터 조종을 실현한 대출력 발동기(엔진)와 비추진력이 높은 발동기의 동작 정확성이 확증됐다”면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무기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 요구를 정확히 만족했으며 전략무기 체계의 사명에 맞게 전투 환경에서의 믿음성을 충분히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사거리를 꾸준히 늘여 왔다. 사거리 5000㎞ 정도인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연달아 발사한 데 이어 7월에는 사거리가 8000㎞ 이상인 화성 14형을 2차례 발사했고, 이번에는 사거리 1만㎞가 넘는 화성 15형을 발사했다.
탄두 중량을 줄여 비행거리를 늘였을 수도 있다. 통상적인 표준 탄두무게인 500∼600㎏보다 탄두무게를 낮추면 그만큼 사거리는 늘어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미사일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사일의 적재량은 모른다. 거리 증가를 감안하면 북한이 가벼운 가짜 탄두를 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미사일이 아니라 올 7월 2차례 발사한 ICBM급 화성 14형의 개량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미사일 전문가도 “사거리만 대폭 늘어났을 뿐 궤적 등에서 특이사항이 아직은 발견되지 않는다. 신형 미사일로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2개월 이상 도발을 중지한 것은 대화 모색 차원이 아니라 북한 군 병력이 가을 수확기에 동원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