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만 5번 오른 ‘10억 팔’ 한기주, 호랑이굴 떠난다

입력 2017-11-29 19:11 수정 2017-11-29 23:03
삼성 라이온즈로 전격 트레이드된 한기주가 지난해 4월 2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한기주, 트레이드로 삼성 이적

고교 시절 150㎞대 강속구 던져
선동열 이을 투수로 팬들에 사랑
학생 때 혹사 영향 팔꿈치 수술
‘불운의 아이콘’ 딛고 재기 노려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한기주(30·사진)는 ‘아픈 손가락’이다. KIA를 재건할 재목으로 큰 기대를 걸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이어져 굴곡진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한기주는 다른 팀으로 떠났다.

한기주는 광주 동성고 시절 최고 구속 150㎞를 넘어가는 빠른 강속구로 이름을 날렸다. 불꽃투로 2004년 동성고를 봉황기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기주는 지금은 메이저리그에 있는 동갑내기 류현진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던 투수였다. 그랬기에 고향팀인 KIA는 주저하지 않고 1순위로 한기주를 지명한 뒤 계약금 10억원을 안겨줬다.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이다.

한기주는 2006년 입단 후 KIA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선동열과 윤석민을 이을 선수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좋은 실력과 함께 순수하고 귀여운 이미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한기주는 데뷔 첫 해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4경기에서 10승 1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전년도에 창단 후 처음 꼴찌로 떨어진 팀을 4강으로 올려놨다. 이후 팀의 소방수로 나서 2007년 2승 3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43의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2008년에는 3승 2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71로 더 업그레이드 됐다. 그해 국가대표로 뽑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불운이 겹치기 시작했다. 고교시절 혹사로 팔꿈치가 안 좋았던 게 화근이었다. 2009시즌을 마치고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팔꿈치 재활을 거의 다 마치고 선발투수로 변신을 노렸던 2011년에는 손가락 부상이 찾아왔다. 2013년에는 어깨(회전근) 부상으로 수술대 위에 누웠다. 손가락과 어깨는 또다시 안 좋아져 재수술까지 받았다. 수술대에만 5차례 오르면서 전성기 시절의 강속구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형투수’에서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

그래도 한기주는 좌절하지 않았다. 강속구를 잃었지만 변화구 위주의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쓰러지지 않고 각고의 재활 끝에 지난해 29경기에 등판해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런데 불운은 계속 따라 다녔다. 올해 초 야심차게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허벅지 통증으로 조기 귀국했다. 그 여파로 올해 1군 등판 기록은 전혀 없고,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5.00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결국 한기주는 29일 KIA에서 재기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삼성 라이온즈 이영욱과 트레이드되며 팀을 떠났다.

KIA 관계자는 “트레이드로 새로운 분위기 속에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한때 좋은 기량을 갖고 있던 선수였다”며 “한기주의 재기를 돕겠다”고 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