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트라이아웃 당시 찬밥 신세
경기할수록 ‘흙 속의 진주’ 변모
이번 시즌 들어서는 기량 더 성숙
28일 현재 남녀부 득점 선두 질주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두 시즌째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파다르(21·우리카드)와 알레나 버그스마(27·KGC인삼공사). 이들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현장에서 찬밥 신세였다. 당시만 해도 양 팀은 몰랐다. 이들이 ‘흙 속의 진주’라는 사실을. 둘은 이번 시즌 한층 성숙한 기량을 펼쳐 보이며 남녀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파다르(이하 등록명)는 지난해 5월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5순위로 뽑혔다. 추첨 운이 없었던 우리카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헝가리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파다르를 선택했다. 파다르는 당시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어렸으며, 키도 197㎝로 가장 작았다. 하지만 파다르는 성실함과 높은 점프력으로 단점을 보완해 지난 시즌 한때 팀을 선두권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번 시즌 더 강해진 파다르는 28일 현재 득점 1위(327점), 서브 1위(세트당 0.68개), 오픈 공격 2위(성공률 50.20%), 공격 성공률 3위(55.03%) 등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우리카드는 6위(승점 12)에 머물러 있지만 파다르가 계속 선전해 주고 부진한 국내 공격수들이 살아나면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파다르는 이번 시즌 우리카드에 합류한 명세터 유광우를 만나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 삼성화재 시절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레오 등 특급 공격수과 호흡을 맞췄던 유광우와 짝을 이룬 파다르는 1라운드에서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서브득점·블로킹·후위공격 각각 3개 이상)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다르는 배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카드의 변우덕 사무국장은 29일 “파다르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을 형이라고 부르며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며 “지난 24일 대한항공전에서 패했을 땐 동료 선수들에게 커피를 사며 ‘힘내자’고 말하는 등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오른쪽 공격수인 알레나는 지난해 4월 여자부 트라이아웃에서 모든 팀으로부터 외면당했다. 2015-2016 시즌에 이어 두 번째 낙방이었다. 실망감을 안고 미국으로 돌아간 알레나는 넉 달 후 대체선수로 인삼공사의 부름을 받았다.
2014-2015, 2015-2016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친 인삼공사는 알레나를 앞세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번 시즌엔 28일 현재 승점 16점으로 3위에 올라 있다. 알레나는 시즌 9경기에서 312득점을 올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공격 성공률(42.81%)과 후위 공격(성공률 46.69%)에서도 1위다. 심지어 공격 점유율도 47.2%로 가장 높다. 팀의 전체 공격 중 절반을 알레나 혼자가 책임진다는 의미다.
홀로 분투하는 알레나는 “득점을 하는 것이 내 역할이기에 공격 점유율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2년차 징크스?… 용으로 변한 두 용병, 파다르·알레나
입력 2017-11-3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