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2대 총재로 만장일치 의결
내년부터 3년간 프로야구 이끌어
11세 때 MLB에 흠뻑… 선수생활도
두산팬… 2014년엔 야구 자서전 내
“현안 해결 기대감” 야구계선 환영
소년은 11세 때 국내에서 메이저리그팀의 초청경기를 본 뒤 야구에 매료됐다. 중학교 때는 선수로도 뛰었고 미국 유학을 가서는 메이저리그에 빠져 박사학위도 늦게 따냈다. 프로야구 두산(전 OB) 베어스를 열렬히 응원하는 ‘야구광’ 정운찬(70) 전 국무총리는 이제 팬을 넘어 한국 야구의 발전을 이끌 중책을 맡기에 이르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2017년 4차 이사회를 개최, 다음 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구본능 KBO 총재의 후임으로 정 전 총리를 추천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정 전 총리에 대한 추천안은 빠른 시일 내 구단주로 구성된 총회의 의결을 거친 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된다. 총회 의결을 통과하면 정 전 총리는 내년 1월부터 3년 임기로 프로야구를 이끄는 22대 KBO 총재가 된다.
정 전 총리가 야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열한 살이던 1958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국가대표팀 간 초청경기를 보면서 야구에 매료됐다. 경기중학교 시절에는 선수로도 뛰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전 총리는 한국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이때 MLB에 매료돼 지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MLB 경기에 푹 빠져 박사학위 취득이 1∼2년 늦어졌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 컬럼비아대에 재직할 때는 뉴욕 양키스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 베어스의 평생회원일 정도로 열혈 팬인데 특별한 인연이 있다. 서울대를 다닐 때 상과대 동창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는데 동창회장이 두산그룹의 초대회장인 고 박두병 회장이었다. 이 인연으로 프로원년 OB 베어스 때부터 팬이 됐다. 그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총장을 마친 후 KBO 총재를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엔 ‘야구예찬-야구바보 정운찬의 야생야사 이야기’ 제목의 야구에 얽힌 자서전을 낼 정도였다.
정 전 총리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야구장도 자주 찾으며 치맥을 즐길 정도로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KBO 총재를 꿈꾸셨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경험과 합리적 성품을 바탕으로 야구 인프라 확충 등 각종 현안을 잘 풀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11살 때 빠져든 ‘야구광’ 정운찬, ‘KBO 총재’ 꿈 이뤘다
입력 2017-11-29 18:18 수정 2017-11-29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