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부채·임대료·권리금에 고통받는 사장님들

입력 2017-12-01 05:00

제목인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자영업자를 일컫는 영어 표현 ‘셀프 임플로이드(Self employed)’를 우리말로 풀어쓴 것이다. 여기엔 “사장님”으로 불리지만 현실에선 사장님처럼 살 수 없는, 망하거나 쫓겨나거나 빚에 쪼들리는 한국 자영업자의 현실도 녹아 있다.

국내 자영업자가 처한 각박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자영업자 수는 669만명에 달하는데, 1인당 소득은 임금 근로자의 60% 수준밖에 안 된다. 노동 환경도 열악하다. 1인 자영업자의 88.4%는 주말에도 일한다. 이들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는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부채에 허덕이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자영업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자 5명이 공저한 책이다. 국내 자영업이 어떻게 형성됐고 발전했는지, 자영업자들의 생산성은 왜 이렇게 낮은지 다룬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서 임대료나 권리금 탓에 고통 받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의 뿌리부터 시작해 밑동과 가지까지 차례로 살핀 신간인 셈이다. ‘과잉 진입→과당 경쟁→조기 폐업’으로 이어지는 자영업 시장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 문제는 해법이 난망한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들의 글을 읽노라면 희미하게나마 돌파구가 어디쯤 있을지 가늠하게 된다. 가령 서비스업 시장에서 공급자의 규모를 줄여 이 시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자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은 예상 가능하다. 서비스업 공급자를 줄였을 때 퇴출된 인력은 갈 곳이 없다는 것.

하지만 저자들이 들이미는 해법은 얼마간 실효성을 띤다. 보건·복지 분야 ‘돌봄 서비스’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시장의 고용 확대를 통해 퇴출된 인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자영업에 뛰어드려는 이들에게 “냉정한 계산”이 담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도 실려 있다.

저자들은 “자영업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곧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렇기에 이런 평가를 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엔 한국 사회의 축도(縮圖)가 담겨 있다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