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남호철] 유커의 귀환

입력 2017-11-29 17:24

지난해 7월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가 발표된 뒤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되면서 국내 관련 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고 관광수지 적자 폭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관광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한 88억4780만 달러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관광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한 175억16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줄어든 관광수입과 증가한 관광지출로 인해 관광수지 적자는 86억6880만 달러에 달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감한 것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가 전면 금지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71만753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2%나 감소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지난 3월 단행한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8개월여 만에 일부 해제한 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28일 베이징과 산둥성 지역회의를 열고 이들 지역의 여행사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허용하기로 한 것. 지난해 베이징·산둥 지역에서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중국인 방한객 780만명의 30% 정도다. 다음달 중순 이전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하니 국내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질 만하다. 유통업체들은 시장의 ‘큰손’인 유커 모실 준비에 부산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몰려오는 것은 큰 호재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1720만명 가운데 46.8%가 중국인(806만명)이었으니 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유커의 귀환을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베이징과 산둥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한국행 단체관광은 불허됐다. 크루즈와 전세기를 동원한 단체관광은 여전히 금지이고, 온라인 여행사를 통한 관광 신청도 막혀 있다. 생색내며 찔끔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유커가 언제까지 한국을 찾아줄지 장담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제2, 제3의 사드 보복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드 보복 과정에서 국내 관광업계는 ‘차이나 리스크’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중국전담 여행사 상당수가 휴업·폐업 상태이고 면세점 매출도 급감했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하던 명동 등의 호텔들도 투숙객 급감으로 혹독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유커만 바라보다 속절없이 당했다.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한 관광업계는 또 다시 ‘한파’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는 등 시장 다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인구나 경제 규모 등을 따져볼 때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업계 스스로 구조적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무엇보다 저가·저질 관광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보따리상을 관광객처럼 유치하는 일부 여행사들과 면세점의 행태도 근절돼야 한다.

아울러 세계 여러 나라로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한·중 관계는 한·미·일 관계, 남북 관계 등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 기타 주요국 등으로 여행 저변을 넓혀야 한다.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 특유의 장점으로 무장해 관광객을 반복적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관광인 의료관광은 물론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체험 관광이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에 착안한 비무장지대 관광 등도 개성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중국에 두 번 다시 당하지 말자.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