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보수와 진보의 정치연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쟁 연구로 저명한 박명림(54·사진) 연세대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내외 좌우합작운동과 오늘의 남북관계’란 주제로 열린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주최 학술심포지엄에서 “연합의 실패는 분단과 이후 높은 남남갈등-남북갈등-전쟁-전후갈등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문제 해결은 국내정치의 연합과 연대의 능력에 달려 있다”며 연합과 연대에 성공한 미국과 독일 등을 소개했다.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정치연합을 통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연방분열의 위기를 넘겼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노동계 등과 손잡아 대공황을 극복했다. 독일은 건국 이후 23개 정부가 모두 연립정부를 구성해 권력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1945∼48년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념 갈등을 표출했고 결국 분단으로 치달았다”며 “좌우합작을 시도했던 여운형 선생의 지혜와 노력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몽양 여운형(1886∼1947)은 46년 좌우합작위원회를 조직해 한반도 단일 국가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듬해 테러로 숨졌다.
박 교수는 김대중(DJ)-김종필(JP)의 정치연합을 성공적인 정치연합 사례로 들었다. 그는 “DJP 연합정부는 정치연합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고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남북화해를 추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당시 금모으기 운동, 남북정상회담, 한·일월드컵 개최는 국민통합의 주요한 계기였다고 진단했다. 연합정치와 연합정부의 성공 가능성이 큰 이유는 이념 등에 상관없이 영역별 최고 인물과 정책을 현 정부로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가 ‘좌우합작운동과 여운형’,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가 ‘우사 김규식의 좌우합작 구상’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이 과거 좌우합작운동의 정신을 오늘의 남북관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토론을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몽양의 지혜처럼… 민주주의 위해 보수·진보 정치연합 필수”
입력 2017-11-29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