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준비에 착수했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고율의 차등과세를 할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보받았다. 기재부는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을 정한 국세기본법 26조의 2에 대해 ‘원천징수의무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모두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금융실명법 위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 1000여개와 4조5000억원을 찾아냈지만,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계좌로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박 의원의 지적에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국세청에 과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실명법 5조에 따르면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는 소득세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하게 돼 있다. 즉 지금까지 이 회장 차명계좌의 배당·이자 소득에 38%의 세율로 원천징수가 이뤄졌지만 애초 실명 전환대상이었기 때문에 90%(지방소득세 포함하면 99%)로 과세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당·이자 소득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이기 때문에 2013년 이후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일단 고율의 차등과세가 가능한 상황이다.
또 ‘원천징수의무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으면 배당·이자 소득의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기재부 유권해석에 따른다면 2007년 이후 소득부터 차등과세가 가능하다. 다만 납세 의무자는 이 회장이 아닌 원천징수의무자이기 때문에 국세청은 이 회장이 아닌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 방침은 정해졌고, 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할지 10년으로 할지 판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국세청,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준비 착수
입력 2017-11-29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