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쓰기 전 ‘7대 비리’ 해당되는지 바로 물어…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공개

입력 2017-11-29 00:04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을 발표한 지 6일 만에 ‘고위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질문서는 고위 공직자 본격 검증에 앞서 예비후보자에게 보내는 체크리스트다.

청와대가 28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질문서는 65쪽 분량으로 186개 질문이 담겨 있다. 인적사항을 적기도 전에 7대 원칙 해당 사항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7대 비리 항목에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를 나열하고 각각 2∼4개의 세부 질문이 적혀 있다. 병역기피의 경우 본인·직계존비속의 병역법 위반 처벌 여부, 불법적 병역 면제 및 특혜 해당 여부, 이외에 병역기피 시도 여부를 묻는 식이다. 답변은 예·아니요·추가확인 필요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 청와대가 22일 발표했던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성명, 생년월일, 주소 등 인적사항은 그 다음에 묻는다. 청와대의 7대 원칙 적용 의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전체 질문은 크게 11개 주제로 나뉘어 있다. 7대 비리 관련 19개, 기본 인적사항 7개, 국적 및 주민등록 관련 13개, 병역의무 이행 7개, 범죄경력 및 징계 9개, 납세의무 이행 35개, 학력·경력 5개, 연구윤리 16개, 직무윤리 32개, 사생활 및 기타 12개 질문으로 짜여 있다. 정밀 검증이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사항들을 소명하게 돼 있다.

가장 질문이 많은 납세의무 이행 부분에는 자신이나 가족 소유 부동산에 유흥업소가 있는지를 포함해 꼼꼼한 질문들이 계속된다. 국적과 주민등록 부분에는 자녀와 배우자의 이중국적 여부도 확인하게 돼 있다. 본인이 언론에 기고한 글과 칼럼, 강연·회의 등 공개석상에서의 발언, 사생활과 관련된 이슈, 기타 외부에 알려질 경우 논란이 예상되는 사항도 묻는다. ‘교육기관의 학내 분규 또는 본인 행위와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거론된 적 있는지’ ‘이성 문제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진정, 민원 등 문제가 제기되거나 협박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역대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 공직자의 단골 레퍼토리들이다.

이 질문서는 2010년 이명박정부가 만들었던 것을 보완한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9개 주제에 걸쳐 200개 항목으로 만들어진 ‘고위 공직 예비후보자 자기 질문서’를 만들었다. 청와대는 이를 12개 분야 186개 항으로 간소화했다.

그때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질문도 있다. ‘본인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운영하거나 SNS(트위터, 페이스북 등)를 활용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SNS 홍수 시대에 맞춰 새로 추가된 검증 기준이다. SNS상에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 있는지를 사전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공직에 임용됨에 있어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 또는 단체가 있습니까’라는 질문 역시 2010년 질문서에는 등장하지 않은 내용이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해당 여부뿐 아니라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를 묻는 등 구체적으로 소명 사항을 답변하게 한 점도 눈에 띈다. 2010년에는 각 주제의 마지막 부분에 필요하다면 소명 사항을 적게 하고 필요 시 별도 문서를 제출토록 했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