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은 지금 ‘깜깜이 터널’ 통과 중… 회의록도 없는 ‘小小委 협상’

입력 2017-11-29 05:03

법적 근거도 없는데
25조원 다루며 회의록도 안 남겨

속도감 있는 심사 명분으로
비민주적 관행 해마다 반복
예결위원에게도 내용 공개 안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결국 ‘깜깜이 터널’(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소위원회·소소위) 구간으로 진입했다. 예산안 심사 기한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지만 예결위 여야 간사 간 협의체가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채 국가 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비민주적 관행’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6일부터 소소위를 구성해 감액·증액 심사에 돌입했다. 소소위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가 감액 심사 과정에서 보류한 사업·예산을 놓고 여야 원내교섭단체 예결위 간사들이 ‘최종 담판’을 벌이는 기구다. 올해는 172개 사업, 25조원의 예산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소소위의 협상 내용이 언론은 물론 예결위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십조원 예산의 감액과 증액을 다루는 협의체임에도 회의록조차 만들지 않는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이나 회의록 공개 시스템에서도 소소위 회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예결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28일 “완전히 깜깜이 협상”이라며 “소소위 협상 내용은 예결위원들도 간사들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고 했다.

의원들은 소소위 협상이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고 설명한다. 한 예결위원은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려면 권한을 위임받은 간사들 간 속도감 있는 협상 외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임의적 협의체 성격인 소소위가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것이 적법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결위 관계자는 “소소위는 의원들의 편의를 위한 임의 기구일 뿐”이라며 “소소위가 감액 규모를 정한 뒤 이에 맞춰 각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들이 ‘기재부 승인 하에’ 정해지는데 이를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수백억원 단위의 예산이 간사들 한마디에 휙 날아가거나 쑥 들어간다”며 “예산 전문가도 아닌 여야 간사들이 며칠 만에 천문학적 금액의 예산을 조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소위도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소소위만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비민주적 관행”이라며 “소소위의 결정 내용을 알아보려면 예산소위 회의록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 증감 내역을 일일이 비교해 봐야 하는데 정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초고소득자·초대기업 핀셋 증세’가 핵심인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25건의 법안을 내년도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대상 확대가 골자인 관세법 개정안과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상향토록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도 포함됐다. 이들 법안은 관련 상임위가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달 1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