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서울대’ 안 법원장
“심신장애 판정 받았더라도
업무 가능땐 전역처분 위법”
과도한 행정처분에 제동
‘여성’ 민 부장판사
사법부 첫 女 영장판사 경력
“우면산 산사태 매몰 피해자
구민 아니라도 배상해야”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
비서울대 출신인 안철상(60·사법연수원 15기) 대전지방법원장과 여성인 민유숙(52·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대법원은 28일 이처럼 설명했다. 그간 대법관들은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에 전적으로 공감해 온 김명수 대법원장임을 감안하면 서오남 탈피는 예견된 일이었다.
꾸준히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현직 법관들 인선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다양화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다양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배경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임명 제청된 안 법원장과 민 부장판사는 오랜 법관 경력에서 선도적인 판결을 남겨온 이들로 평가받는다. 현 정부 들어 사법부 요직에 많이 올랐던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도 있다.
안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07년 육군 준위로 근무하다 위암 수술로 심신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아 전역 처분된 김모씨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직업군인의 복무는 병역의무 차원을 넘어 특수한 형태의 직업 수행이며, 안정된 직장 보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심신장애 판정을 받았더라도 현역으로 조직관리 등 행정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는 최초의 판결이었다.
안 법원장은 대중가요 가사에 ‘술’ 문구가 들어가면 습관적으로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하던 여성가족부 관행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였던 2011년 “‘술’ 또는 ‘술에 취해’라는 문구가 음악 파일에 포함돼 있다 해서 음주를 조장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며 여가부가 가수 ‘에스엠 더 발라드’의 곡 ‘내일은’에 내린 청소년 유해물 지정 처분을 취소했다. 이는 근거 없이 과도한 행정처분에 제동을 걸고 표현의 자유를 장려한 판결로 꼽힌다.
사법부 첫 여성 영장전담판사 경력을 가진 민 부장판사도 전향적인 판결과 독특한 재판 진행으로 회자돼 왔다. 그는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때 차를 타고 지나가다 매몰된 피해자에게 서울 서초구와 경찰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최근 판결했다. 피해자가 서초구민이 아니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었다.
민 부장판사는 방청객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재판장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에는 이적표현물 배포 등으로 기소된 최동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편집위원장의 항소심에서 피고인 최후진술 직전 방청객들에게 “피고인을 위해 발언할 분이 계시면 말씀해 달라”고 말했다. 재심 무죄 사례를 들어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발언이 방청객에서 쏟아졌다. 일부 정치권은 민 부장판사를 공격했다. 최 위원장의 항소심 결과는 1심과 같은 징역 2년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대법관 다양화’ 발탁 안철상·민유숙 누구… ‘선도적 판결’ 남겨
입력 2017-11-28 18:52 수정 2017-11-28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