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격 하락 땐 랠리 스톱”
“값 떨어져도 수요 늘어” 반박
반도체 주식의 ‘슈퍼 랠리’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 금융투자업계는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종목이 조만간 꺾인다고 본다. 중국 기업의 반도체시장 진출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국내에선 최소 1년간 ‘반도체주 랠리’가 이어진다고 반박한다. 내년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초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반론까지 등장했다.
‘반도체주 랠리’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불씨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던졌다.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자 지난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5% 이상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낸드 플래시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반도체 산업이 고점을 이미 지났거나 향후 6개월 내 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런 관측의 배경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낸드 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최근까지 급등했다. 미국 IT 업체나 중국 스마트폰 산업의 투자 확대로 수요가 늘었지만, 기술력 부족이나 특허 제한으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은 제한돼 있어서다. 하지만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기존 기업도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칫 주식시장 전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 2000년대 ‘닷컴 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오라클, IBM 등 인터넷 관련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이내 거품이 꺼지면서 급락장세를 연출했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상승폭에 제한은 있어도 1∼2년간 반도체주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반도체 가격 하락→반도체 산업 위축’이라는 모건스탠리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계속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발생할 수 없다”며 “지금 낸드 플래시의 가격이 비싼데 이 값이 내년에 떨어지면 오히려 건전한 수요가 창출돼 산업이 더 성장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낸드 플래시의 경우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시장에서 다 알고 있다”며 “수요가 중요한데, 내년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존 예상을 반박하는 새로운 근거는 없다”고 했다. 산업연구원도 ‘2018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수출이 초호황기를 보낸 올해보다 22.9% 증가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반도체 랠리’ 멈추나?… 해외 “꼭짓점” 국내 “1년은 더 간다”
입력 2017-11-2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