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구글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은 새로 도착한 메일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메일 수신자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내다본다. 예컨대 ‘내일 6시에 저녁 먹을까요’라는 메일이 도착하면 지메일은 사용자에게 ‘좋아요’ ‘미안합니다’ ‘내일은 힘들겠어요’ 등 선택지를 준다. 사용자는 타이핑할 필요 없이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손쉽게 답장을 보낼 수 있다.
구글은 28일 일본 도쿄에서 아태지역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이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이미지·음성·텍스트 인식 능력을 개선시킨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이미 전 세계 사용자에게 공개된 이 프로그램들은 스스로 학습하며 성능을 향상시킨다. 제프 딘 구글 수석연구원은 이날 머신러닝 기술을 소개하고 “이제 컴퓨터는 보고 듣고 배울 수 있게 됐다”며 “구글은 잠재력이 무한한 AI 기술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 유튜브의 ‘자동자막’ 기능도 소개했다. 자동자막 기능은 유튜브가 자체 음성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동영상 음성을 자막으로 실시간 변환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머신러닝 기술을 응용해 자막 정확도를 50%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삭 레이놀즈 구글 픽셀 카메라 매니저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순수 하드웨어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혁신은 하드웨어에 AI를 결합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첨단산업 굴기’를 내건 중국이 5년 후 미국 AI 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딘 수석연구원은 즉답을 피한 채 “(중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서 잠재력이 큰 AI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미국보다 더 체계적으로 AI 기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의 AI 기술력은 중국에도 뒤처져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지난 8월 산·학·연 전문가 5287명을 설문해 세계 각국의 ICT산업 기술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 AI 기술이 포함된 ‘기반 소프트웨어·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다.
그나마 삼성전자 등 주요 IT 업체들이 AI 기술 추격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대항마 격인 삼성전자 빅스비의 AI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빅스비 2.0’을 상용화해 개별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지난 7월 AI 기술을 적용한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AI 비서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클로바’를 선보였다. 카카오도 지난 7월 AI 플랫폼 ‘카카오아이’를 공개했다. 카카오아이를 활용하면 카카오미니 등 IT 기기가 이미지와 음성, 텍스트를 효율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구글 ‘AI 기술’ 뜀박질… 국내 IT 기업들 뒤늦은 추격
입력 2017-11-28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