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안철상 대전지법원장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했다. 두 법관은 오랫동안 각급 법원에서 재판업무를 담당해 오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많이 했고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둘 다 고위 법관이라는 점에서 파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대)오(십대)남(성)’이란 익숙했던 틀을 벗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안 법원장은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민 부장판사는 여성이다. 두 사람이 대법관으로 가는 주요 보직이었던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번 대법관 임명제청은 출범 두 달을 지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 개혁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26일 취임식과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강도 높은 사법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법관의 내외부로부터의 확고한 독립,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한 인적·제도적 여건 마련, 전관예우 근절을 통한 국민의 사법신뢰 제고, 상고심 제도 개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실현 등 5가지를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또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언급했는데 이번 임명제청은 이를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2일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사법부 내부 전산망에 공지된 ‘인사제도 개선 방향’도 법원의 변화를 예고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경력 이상의 법관을 지방법원 판사와 고등법원 판사로 분리하는 법관인사 이원화를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관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과 법률에 따라 소신 판결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법관 인사 주기를 장기화하겠다는 방안도 있는데 법관의 전문성과 재판업무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법원의 관료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법원행정처 조직을 축소하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하다. 주요 정책 결정 시 법관 대표가 참여하는 심의기구 설치,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개방형 직위로 전환 등 이날 사법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이 의결한 개혁과제도 법원의 민주적 운영과 법관의 윤리·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법개혁의 목표는 ‘좋은 재판’의 실현이고 이를 위해 법관의 독립과 책임윤리를 강화해야 한다. 사법부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가 법관의 나태로 이어지거나 인사 주기 장기화로 인해 법관이 지역 토호들과 유착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사법부는 정치적 외풍 차단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설] ‘서오남’ 틀 깬 대법관 후보자… 법관 독립으로 이어지길
입력 2017-11-28 17:35 수정 2017-11-29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