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지난 7월) 100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학술’이나 ‘학문’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100대 과제면 웬만한 건 다 들어갈 수 있는데도 빠진 것이다. 현 정부가 앞으로 학술 정책을 국가적 주요 과제로 삼을지 의문이다.”
안병욱(69)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신임 원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인데 대학은 100위권에도 못 든다. 한국학을 하려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야 할 정도”라며 “그만큼 한국의 학문이 빈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한류가 지속되려면 우리의 문화로 그 ‘내용’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는 그가 한중연 원장에 취임한 뒤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였다. 가톨릭대 명예교수인 그는 지난 14일 한중연 제18대 원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0년 11월 13일까지 3년이다.
안 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역사학자로 통한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성신여대와 가톨릭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한국역사연구회장,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도 역임했다.
박근혜정부 때는 국정 교과서를 편찬하려는 정부를 상대로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한중연은 전임 원장이 국정 교과서 편찬심의위원을 맡아 논란이 됐던 기관이다. 안 원장은 이에 대해 “일부가 개인 차원에서 국정 교과서 검토 작업 등에 참여하긴 했지만 한중연이 조직 차원에서 이 문제와 관련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으로는 ‘장서각 소장 한글 기록 문화유산 집대성 연구’를 꼽았다. 조선 왕실의 도서관이었던 장서각의 한글 자료를 분석해 한글 기록문화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중연은 197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국학연구기관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불리다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안 원장은 “한중연은 민족문화 연구를 취지로 설립됐지만 지난 40년간 이런 취지에 충실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며 “한중연이 본질적인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현 정부가 앞으로 학술 정책을 국가적 주요 과제로 삼을지 의문”
입력 2017-11-28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