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다음 달 21일부터 내년 4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에 대한 미술계 관심이 뜨겁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파리 재단과 함께 여는 이번 전시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묵상과 성찰의 방’이다. 스위스 태생의 위대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 석고 원본 단 한 점만 이 공간에 전시된다. 그래서 일명 ‘워킹맨 방’으로 불린다.
생각해 보라. 높이 188㎝의 조각상, 자코메티 특유의 모든 것을 비워낸 철사처럼 가늘고 긴 형상의 인체 조각이 66㎡(20평) 공간에서 당신을 기다리듯 서 있는 장면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코메티 최고 전성기인 1960년 제작된 불후의 명작이다. 이번에 오는 작품은 청동 조각이 아닌 석고 원본이다. 청동 조각은 석고 원본을 토대로 조수들이 제작한다. 석고 원본은 작가의 호흡과 손길이 밴 마지막 단계다. 청동 조각의 3배 정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석고 원본의 작품 평가액은 3800억원에 달한다.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이 전시되는 것은 아시아 최초다. 단독 공간에 ‘걸어가는 사람’ 딱 1점만 전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 외에도 작품 자체가 가지는 성찰적 아우라 때문이다. 자코메티는 생전 작품을 에워싸는 공간이 단지 빈 공간, 즉 허공이 아니라 존재로 채워지는 공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살아간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을 하기 원했던 것이다. ‘묵상과 성찰의 방’은 자코메티의 예술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지금 우리 시대, 나 자신, 그리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소곤소곤 자코메티 이야기’] 전시 하이라이트는 ‘묵상과 성찰의 방’
입력 2017-11-28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