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2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발표한 뒤 각계에서 걱정이 쏟아진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교육부의 조급함을 질타하고 있다. 학생을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문제가 많다. 잘못된 제도 탓에 소모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애틋하고 마음이 아프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고교생이 적성과 진로를 고려해 과목을 선택토록 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좋다. 획일적으로 구분된 문·이과 경계를 뛰어넘고, 문제집을 달달 외우는 대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문제는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시키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단순히 고교의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면 교육부 발표대로 앞으로 5년 동안 연구·선도학교에서 시행한 결과를 꼼꼼하게 분석해 적용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대입제도 개선, 교육과정 개편, 교원 양성제도 등 교육제도 전반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핵심 사안이라는 점은 상식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3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1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입 정책 변화에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몇몇 제도만 성급하게 바꾸려는 시도에 반발이 거세지자 물러섰던 것이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정부 출범 직후 마련된 100대 국정과제에 이미 드러나 있다. 그러나 내신 절대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확대, 자사고·외고 폐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 등은 모두 학생의 미래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겪는 일인데다 계층·직업별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휘발성도 높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국민과 교육주체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밀어붙이기 방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상은 높지만 구체성이 없다. 국민적 공감대는커녕 반대 의견에 귀를 막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100년을 지속할 교육의 틀을 만들겠다며 출범한 국가교육회의는 아직 위원 구성도 못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사진을 제시한 뒤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먼저다.
[사설] 교육개혁 조급하게 추진하면 실패한다
입력 2017-11-28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