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개=1만달러’ 향해 폭주… 화폐혁명? 21세기판 튤립?

입력 2017-11-28 05:00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 고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미래를 두고 논쟁도 뜨겁다. 21세기 ‘튤립 버블(거품)’이라는 지적부터 새로운 화폐혁명의 시작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영국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7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약 9617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거래시장은 24시간 열린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사상 처음 9000달러를 넘어선 후에도 비행하고 있다.

한국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은 전날 처음 1000만원을 넘겼다. 27일 오후 8시 기준 1088만원으로 하루 만에 9%가량 뛰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투자자산으로서 지위가 올라간 것에 기반을 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지난달 31일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이나 원유 같은 투자 상품으로 대접받게 됐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이끌고 있다. NH투자증권 박녹선 연구원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의 출시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합법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자금결제법을 시행했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회계기준상 기업 자산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가상화폐가 새 결제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라며 “가상화폐는 사기 이상의 뭔가를 지니고 있다. 기존 통화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거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효용성을 인정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와 달리 반대파는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고 꼬집는다. 금과 다르게 실체가 없고, 주식처럼 실제 발행하는 회사가 있지 않기 때문에 거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빅토르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최근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닌 제2의 튤립”이라고 했다. 1634년부터 1637년까지 네덜란드에서 튤립 가격이 5900%나 올랐다가 폭락한 현상을 빗댄 말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비트코인을 두고 “정말로 거품이다. 적정가를 전망하려는 시도 자체가 거품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주요국 금융 당국은 대부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 어떤 금융 전문가도 가상화폐 미래를 확신하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자 결과는 결국 투자자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한국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는 과열된 투자일 뿐이고, 비트코인 거래소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핀테크 업체인 데일리금융그룹 신승현 대표는 “가격 폭등만을 이유로 가상화폐를 금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변화의 본질을 보면 가상화폐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부양시킬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