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反洪 연합전선’ 꿈틀

입력 2017-11-28 05:00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원내대표, 홍 대표, 이철우 김태흠 최고위원.최종학 선임기자

한국당 친박·소장파 그룹
바른정당 잔류파들 합세
洪 리더십에 비판 목소리
김태흠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 유발… 신중해 달라”

洪 “고름·암덩어리를 두고
새 정당 가느냐” 친박 비판

보수진영 내부에서 ‘반(反)홍준표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의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초·재선 소장파 그룹, 바른정당 잔류파들이 ‘반홍’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준표 대표와 신경전을 펼치는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선택도 변수다. 각기 다른 세력이 ‘반홍’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따라 움직일 경우 홍 대표 체제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세력을 묶는 구심점이 없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한국당 의원은 27일 “홍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연시에 한국당이 시끄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홍 대표 비판 목소리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홍 대표의 사당화 우려와 홍 대표를 얼굴로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한국당 외부의 바른정당 잔류파들은 홍 대표를 보수통합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홍 대표가 말과 페이스북 글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홍 대표가 지난 25일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판하면서 “경기도의 자존심이 될 만한 인물을 내가 데리고 오겠다”고 발언한 부분을 집중 거론했다. 한 의원은 “지금이 3김 시대의 제왕적 총재 시절도 아닌데, 당대표가 ‘경기지사 후보를 데리고 오겠다’고 말한 것은 공천 시스템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친박을 비판하며 원내대표 선거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 연달아 올린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는 ‘힘 빠진 친박보다 홍 대표가 더 문제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소장파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이 크다. 한 초선 의원은 “밑바닥 민심을 보면 홍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며 “홍 대표 측근들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한다는 얘기도 많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잔류파들도 가세했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홍 대표가 있는 한 한국당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홍 대표가 물러난다면 개별 입당이나 한국당·바른정당의 당 대 당 통합 등 보수재건 움직임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당사에서 열린 당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고름과 암덩어리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새로운 정당으로 가느냐”며 친박을 공격했다. 이어 “아직도 구체제 잔재들이 준동하고 갈등을 부추기려고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안 쓴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와 친박이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의 갈등은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노출됐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듣기 민망한 표현을 하는데 말을 신중하게 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대표 측근인 이종혁 최고위원은 “대표의 정치적 수사를 막말이라고 폄하하지 말고, 대표에 대한 예우를 갖춰줄 것을 부탁한다”고 반격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