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만 때린 국제사회
민 아웅 흘라잉 軍 최고사령관
인종청소 실제 지휘한 실세
수치, 비난 받는 방패로 쓰고
주류 불교도 전폭적 지지 확보
미얀마 간 교황… 해법 생길까
로힝야 관련 발언에 전세계 촉각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 청소’에 나서 62만여명의 엑소더스(대탈출)를 유발한 주범은 누굴까.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자 사실상 최고권력자인 민 아웅 흘라잉(61·사진) 장군이다. 로힝야족 사태를 놓고 국제사회는 미얀마 정부와 군을 비난하고 있지만 불교 민족주의가 강한 미얀마 내에서는 민 아웅 흘라잉과 군부의 인기가 치솟는 중이라고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던 민 아웅 흘라잉은 오는 30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군 통수권을 가진 민 아웅 흘라잉은 국회의원의 4분의 1과 주요 장관 3명을 지명할 수 있고 경찰과 국경수비대를 관할하며 대기업 2곳도 지배한다. 국가수반이나 다름없는 권력이다.
대외적으로 미얀마의 지도자는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다. 그러나 NYT는 민 아웅 흘라잉이 수치를 권력에서 배제시켜왔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단체 ‘버마 캠페인’의 마크 파매너는 “수치 여사와 그의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대신 받아주는, 군부의 인간방패일 뿐”이라고 말했다.
군사독재자 탄 슈웨의 후계그룹에 속했던 민 아웅 흘라잉은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의 뒤를 이으려 했으나 2015년 수치가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하지만 미얀마 정계에선 민 아웅 흘라잉이 2020년 대통령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얀마 북동부를 관할하던 2009년 반군 토벌에 나서 샨족 5만명을 태국으로, 코캉족 3만7000명을 중국으로 쫓아냈다. 마을 약탈과 방화, 부녀자 성폭행으로 이들 소수민족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올해 로힝야족 사태도 비슷하다. 지난 8월 서부 라카인주에서 반군의 준동을 빌미로 정부군이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서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고 62만명이 방글라데시로 도망쳤다. 미얀마에선 영국 식민통치 시절 집중적으로 유입된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로 여겨 ‘벵갈리’(벵골 사람)라고 부른다.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도 금지했다. 따라서 국민 다수는 로힝야족의 비극을 동정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 미얀마에 도착했다. 로마 가톨릭교회 수장의 첫 미얀마 방문이다. 로힝야족을 “박해받는 형제자매들”이라 불렀던 교황이 사태 해결의 길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로힝야라는 세 글자를 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얀마의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로힝야 명칭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교황에게 요청했다. 교황이 로힝야족 문제를 대놓고 언급하면 다수 국민을 자극해 역효과를 낼 수 있고, 극소수인 가톨릭 신자들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어서다.
교황은 30일까지 미얀마에 머물면서 수치 여사와 민 아웅 흘라잉, 틴 초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사태 현장인 라카인주 방문 계획은 없지만 다음 달 1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리는 종교 간 회의에서 로힝야족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로힝야 학살’ 수치 돌 맞을 때, 주범은 웃는다
입력 2017-11-27 19:04 수정 2017-11-27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