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고교도 학점 채우면 졸업

입력 2017-11-27 18:25

교육부, 학점제 로드맵 공개

대학처럼 수강신청하고
진로·적성따라 과목 선택
내년 시범학교 100곳 운영
졸속 도입 땐 대혼란 우려


문재인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가 2022년부터 시행된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3년 동안 학점제 정책연구학교 60곳과 선도학교 40곳을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획일적 교육체제에서는 모든 학생이 각자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고교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에 대응키 위해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희망하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학점만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학업 계획을 수립하고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시간표를 짠다. 다만 반드시 배워야 하는 내용은 공통과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수업은 학년 구분 없이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학점제 도입을 위한 첫걸음으로 교육부는 내년부터 정책연구학교 60곳(일반계고 30곳, 직업계고 30곳)과 선도학교 40곳을 운영한다. 고교학사제도 전반을 학점제형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출석일수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졸업 기준을 학점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 등 졸업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한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에는 학교당 매년 4000만∼5000만원이 지원된다.

일반계고 연구학교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한다. 학생들은 개인별 시간표를 구성해 다양한 과목을 듣게 된다. 교사들은 팀을 꾸려 학생별 진로 상담부터 과목 선택, 맞춤형 학업 관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강의가 없는 시간에 자율학습이나 프로젝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안내한다. 직업계고 연구학교에서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고려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공기업 등에서 주로 요구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될 예정이다.

교육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꿔야 학점제 도입이 가능한 만큼 심도 있는 검토와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이 원하는 교과목을 수강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라면서도 “교육 여건 조성과 내신 평가, 대입제도 등 사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만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과목 개설권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사실상 학년제가 폐지되는 것인지 등 여러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게다가 고교학점제는 비정규 강사 양산, 학급 공동체 약화, 입시와의 부조화, 학사운영의 어려움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학점제에 맞춘 교육과정 개정 등은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