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아들 병역특혜 우병우가 청탁했을 것”… 법정 증언

입력 2017-11-27 18:51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증인으로 출석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27일 국정농단 방조 24차 공판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현규 기자, 뉴시스

지난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의혹을 감찰하다 사임 압력을 받고 물러났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피고인 신분이 된 우 전 수석을 법정에서 대면했다. 그는 “당시 우 전 수석으로부터 감찰이 불편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감찰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27일 열린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등 재판에서 이 같은 증언을 내놨다. 검찰이 “감찰 착수 후 민정수석실이 불만을 표했느냐”고 묻자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섭섭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우 전 수석이 ‘선배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다음 주면 조용해지는데 성급하게 감찰에 착수하느냐’고 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우 전 수석이 전화로 회사 설립경위 등을 설명하며 감찰에 착수하지 말라는 의사를 적극 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이를 사전 감찰에 착수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느냐”고 묻자 이 전 감찰관은 “그렇게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청탁한 사람이 우 전 수석일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우 전 수석 아들을 선발한 경찰 간부가 청탁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청탁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 전 수석의 아들은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전보돼 이른바 ‘꽃보직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전 감찰관은 특별감찰관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감찰에 협조한 경찰들까지도 위로부터 질책을 받아 위축되거나 태도를 달리했다고 털어놨다. 우 전 수석이 감찰관실의 서면질의서에 한 장짜리 답변서를 보내는 등 비협조적이었다고도 증언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