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영균] 샛길로 빠지는 민중의 지팡이

입력 2017-11-27 21:06

전남경찰청이 뒤숭숭하다. 경찰간부가 군청 공무원에게 승진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고, 수사기밀을 누설해 구속되는가 하면 경찰서장이 대낮에 노상방뇨로 적발되는 등 비위사건과 부적절한 처신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성경찰서 K경위(49)는 뇌물수수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6일 구속됐다. 보성군수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무원에게 승진 청탁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군이 발주한 관급공사를 지인에게 주도록 공무원에게 강요했고, 관급공사 업체 수사를 하면서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도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저지르는 은밀한 범죄의 수법을 가장 잘 아는 이가 비리를 파헤치기는커녕 이를 활용해 범죄를 저지르다 피의자가 된 것이다.

순천경찰서에서 강력팀장을 맡았던 B경위(55)는 자신이 전담 수사하는 조직폭력배 두목과 계모임을 하다 감찰에 적발됐다. 지연과 학연으로 얽히다보면 폭력배와 한두 번 연결될 수야 있겠지만 그런 사람과 모임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더구나 해당 경찰서는 B경위의 처신에 대해 경고 조치하고 징계성 전보발령 조치를 내렸으면서도 경감 승진 대상자로는 B경위를 추천했다.

대낮에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하다 적발돼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 받은 경찰서장도 있다. J총경(52) 은 지난달 2일 해남군의 유명 한정식집에서 군수 권한대행 일행 등과 점심식사를 하다 술에 취해 인근 커피숍 주차장에 노상방뇨를 했다.

민생현장을 총괄해야 하는 지역 치안수장이 술에 취해 노상방뇨를 하고 있다면, 팀장급 간부들이 비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데도 조직이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다면,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후배나 동료 경찰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이 손에 잡히기는 할까? 이들에게 지역의 치안을 맡기고 있는 주민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무안=김영균 사회2부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