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학평론가 황현산(72)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임기는 2020년 11월 26일까지 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과 함께 “황 위원장은 예술계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문단의 원로”라며 “경험을 토대로 기관 현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술위는 한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문예진흥기금을 관리하고, 매년 2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집행하는 대표 문예지원 기관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문예인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를 실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책임자로 지목된 박명진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약 5개월간 공석이었다.
황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블랙리스트 같은 게 있으면 예술계 전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해서 사태를 파악하고 백서를 만들어야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나이가 많아 배제됐다고 생각했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치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기사를 통해 나중에 알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문인 423명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천 방식이라 서류심사와 면접 등 모든 절차를 거쳐 위원장이 된 것이라서 코드 인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지지) 명단에 있는 것도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위 위원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무엇보다도 문예계를 공정하게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서 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예가 어떻게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며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러한 고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1945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고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와 강원대를 거쳐 고대 문과대학 교수와 명예교수를 지냈다. 문학평론가와 한국번역비평학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와 문학평론집 ‘말과 시간의 깊이’ ‘얼굴 없는 희망’,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문화예술계 공정한 지원에 중점”… 황현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
입력 2017-11-27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