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허리에 시로미 익은승만승 서귀표 해녀가 바당에 든승만승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여도당실 연자버리고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거나.”(허벅장단 민요 중)
지난 24일 오후 7시(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 9·23공원에 물허벅(제주도 여인들이 물을 긷는 데 쓰는 물동이)을 든 제주도 아낙네들이 갈옷(감즙으로 염색해 만든 제주도의 민속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이날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의 공식행사인 희망콘서트에선 부채춤, 사물놀이 등 대한민국의 전통 예술 공연이 무대를 수놓았다. 여기에 ‘모차르트 심포니 25번 1악장’ ‘라데츠키 행진곡’ ‘하이든의 세레나데’ 등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공연이 더해졌다.
무대에 오른 60여명의 예술인은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국장협·이사장 최공열) 장애인문화학교 예술단 소속 발달장애인이다. 서울 인천 대구 제주 등 전국 13개 지역 국장협 문화예술학교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번 엑스포의 주 공연장인 9·23공원 특설무대를 찾은 300여명의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제니퍼 페이지(24·여)씨는 “평소 K-POP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한국 아이돌 그룹 노래를 자주 듣는다”며 “공연을 통해 한국이 대중음악뿐 아니라 장애인 예술의 수준도 높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콘서트는 지난 11일 개막해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축사를 전한데 이어 경북도립 국악단, 서울시 비보이팀 갬블러크루, 한·베 전통무술 시범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무대에 올랐다. 국장협 장애인문화학교 예술단은 장애인 예술팀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최공열 이사장은 “예술인들이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호치민에서 도전과 감동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장애인문화예술이 한류 열풍과 함께 문화복지국가로서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호치민(베트남)=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장애인 예술단, 부채춤·사물놀이 등 무대 빛냈다
입력 2017-11-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