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당, 창당 정신 되새겨봐라

입력 2017-11-27 17:28
27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때 아닌 ‘이유식’이 등장했다. 안철수 대표계인 박주원 최고위원이 직접 사들고 왔다. 박지원 전 대표가 안 대표를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라고 비하한데 대한 반발이다. 호남계는 안 대표를 향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보따리를 싸서 나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극단적 막말을 주고받는 양측의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연내 분당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최근 국민의당 지지도는 4%대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의 기대치가 사실상 없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전남지사를 제외하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해볼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거대 정당의 독점 구조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탓에 호남 의원이 중심이 된 어정쩡한 정체성으론 다른 지역으로의 외연 확장도 쉽지 않다. 일부는 지역 여론을 들먹이며 뛰쳐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변하지 않으면 고사될 수 있는 위기다. 확실한 지역 기반이 없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창당 이념으로 내건 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패권정치를 비판하고 거대 정당 정치 타파를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국민들은 제3당으로 화답해줬다. 여기에 나아가야 할 길이 존재한다. 국민의당이 추구해온 합리적 중도 정당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게 정치 생리다. 지향점이 엇비슷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시도해볼 만하다. DJP연합보다 명분과 실리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최초의 영호남 정당 간 통합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물론 제3당 실험은 일회성으로 끝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뜻이 올바르면 국민 지지는 자연히 따라온다. 양당 정책연대협의체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통합 논의는 접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