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 어떨까.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행정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적극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공공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서다. 하지만 국내 공공 빅데이터 산업은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데이터 개방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개인정보 보호 이슈다. 관련 법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아 부처 간 정보 공유나 활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법 제도 없어 활용 어려워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힘을 키우는 과정에서 핵심은 무엇보다 ‘데이터’다. 정책이나 사업 목표에 걸맞은 정확한 데이터들을 활용해야만 이를 토대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최적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데이터들이 여러 부처에 산재해있고 이를 활용할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아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공공 빅데이터 표준분석모델 구축사업’을 통해 제주도와 포항시, 김해시를 대상으로 CCTV 분석을 추진했다. 갈수록 흉악해지고 난폭해지는 강력범죄가 늘어나면서 CCTV 설치 민원은 지자체의 큰 과제가 됐다. 모든 이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CCTV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하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입지 선정이 큰 고민이었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답을 찾기로 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죄에 취약한 지역을 찾고 이 지역에 CCTV를 우선 설치하게 되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기관 간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행안부는 범죄정보나 CCTV 위치정보 등 관련 정보를 해당 기관에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행안부는 대신 이를 대체할 방법으로 환경범죄학적 변수인 ‘유흥업소 밀집지역’ ‘여성가구 및 1인 가구수’ 등을 활용해 범죄 지수를 산정해 분석을 추진했다. 직접적인 범죄 정보를 제공받으면 더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지만 아쉬움이 큰 정책 과제였다. 이처럼 범정부 차원에서의 데이터 관리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공공 빅데이터는 공공서비스, 교통, 안전 등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민간과의 데이터 공유도 쉽지 않아
공공기관 간 데이터 활용뿐 아니라 민간과의 데이터 공유도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와 일반 기업이 보유한 민간데이터를 융합 분석할 경우 정확도와 데이터 분석 효과가 커지지만 민간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없다. 민간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대가 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행안부가 수행한 2015년 공공 빅데이터 분석사업 중에는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과제가 포함됐지만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관광·축제 활성화를 위한 분석 모델을 구축했지만 민간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효과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
게다가 다양한 기관이 개별적으로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이 상호 연계되지 않아 따로 관리되고 있다.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농촌진흥청, 기상청, 통계청 등의 공공기관과 서울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등 지자체들이 개별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개별적으로 관리되면서 시스템 역시 구축 사업자별로 다른 상황이다.
데이터를 분석·활용하더라도 결과가 의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주관하는 기관별로 분석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분야 데이터 분석이 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관심도가 높은 특정 분야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집중되고 있는 부작용도 생긴다.
지난 8월 정부가 각 기관과 민간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했더니 현실적인 제약으로 빅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토로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정보 보호와의 균형점을 찾는 데 있어서 데이터 비식별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거나 기관 내부의 반발, 데이터 유료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관련 법령 제정, 관계 부처 간 협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빅데이터=핵심자원’인데… 각종 규제에 활용 지지부진
입력 2017-11-2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