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다.”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 24일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된 직후 검찰이 낸 공식 반응이다. 말문이 막힌다는 뜻이다. 그 이틀 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같은 절차를 거쳐 풀려났을 땐 공개 반발했지만, 두 번 연속 펀치가 날아오자 아예 ‘상대하기 싫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3년 전 군 당국은 사이버사 정치개입을 수사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기소하고 마무리했다. 당시 군 최고 실세로 수사 위에 군림했던 이가 김 전 장관이다. 정권이 바뀌고 군 내부 자료가 속속 드러나고서야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렵게 신병을 확보했던 두 사람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는 “풀어주라”고 명령했다.
구속된 피의자가 적부(適否) 심사를 청구하는 건 헌법상 권리다. 적부심을 통한 석방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누가, 왜, 어떻게’다.
지난해 전국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은 총 3만2395건이다. 이 중 2406건만 적부심을 신청했으며, 인용 수는 367건밖에 안 된다. 적부심으로 석방되는 비율은 전체 구속자의 단 1%에 불과한 것이다.
김 전 장관 측이 적부심 카드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승부를 걸었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한때 국가운영의 중심에 섰던 인사가 구속 열흘 만에 “판단을 재고해 달라”는 청을 넣었다가 퇴짜를 맞으면 그것대로 망신이고, 재판에서도 유리할 게 없다. 한 변호사는 “거칠게 말해 적부심 재판부가 ‘우리 편’이란 판단이 안 서면 신청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수사다. 재판부는 임 전 실장을 풀어주며 주거지 제한과 사건관계인 접촉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 증거인멸 등의 기도가 벌어진다 해도 이미 재판부 통제 밖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명하복의 군 조직에서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이 풀려나면 그걸 본 부하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겠나. 이미 한 진술을 유지하는 것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나가 “(김 전 장관 석방은) 참 다행”이라고 발언했다. 현 장관의 인식이 이러하니 국방부 자체의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TF’ 결과도 큰 기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재판부도 불구속 수사 원칙, 피의자 방어권 보장 등 할 말이 많을 터다. 그러나 두 번의 이례적인 결정은 사실 규명을 위해 올라가던 수사를 옆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정부 청와대 수사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항간의 해석이 재판부 본뜻을 몰라주는 억측이길 바란다.
지호일 사회부 기자 blue51@kmib.co.kr
[현장기자-지호일] 김관진·임관빈 석방에… 꼬이는 진실
입력 2017-11-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