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낙태 허용’ 해법될 수 없어… ‘생명 존중’ 근본 대책 절실

입력 2017-11-27 05:05

국민청원 23만… 靑 실태조사·공론화

조국 수석, 국민청원 답변 통해
내년 현황 파악·보완책 추진 밝혀

기독교계, 청와대發 공론화 과정
임신중절 합법화 수순될까 우려


문재인정부가 2010년 중단된 낙태 실태조사를 8년 만에 재개키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낙태 문제 공론화에 착수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동영상 답변에서 “내년 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관련 청원은 23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전국 인공 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는 2010년 조사를 끝으로 중단됐다. 조 수석은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주제다. 낙태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으니 모자보건법이 사용하는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유전학적 장애 등 우생학적 사유와 강간 피해 등으로 인한 임신에만 낙태가 허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결정 당시 위헌 대 합헌이 4대 4로 동일했던 점도 상기시켰다.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이제는 태아 대 여성, 금지 대 허용 등의 대립 구도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본인 요청에 의한 낙태 가능 국가는 25개국,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 허용 국가는 4개국으로 모두 29개국(80%)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낙태 추정 건수는 16만9000여건, 이 중 합법 시술은 1만800여건(6%)이다. 연간 불법 낙태로 인한 검찰 기소는 10건 수준이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을 줄이려는 당초 입법 목적과 달리 불법 임신중절이 빈번히 발생하고, 처벌은 더욱 희소하다”며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면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청소년 피임 교육 및 비혼모 사회·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국내 입양문화 정착 등을 위한 낙태 관련 보완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기독교계는 “낙태죄 문제에 대한 공론화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칫 청와대발 공론화 과정이 임신중절의 합법화 수순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김형철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총장은 “수정 순간부터 시작되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번 공론화 과정이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하는 결과로 귀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준구 장창일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