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의 힘… 권역외상센터 지원 유도

입력 2017-11-26 18:30 수정 2017-11-26 23:57

북한 귀순병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이국종(사진)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의 호소가 정부를 움직였다. 이 교수는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알려왔다. 이에 공감한 22만명의 국민들이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강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했고 정부는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획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내 의료행위를 유형별로 분석해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등 의료수가를 개선하고 인력운영비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이 교수가 “나는 (병원) 연간 10억원 적자의 원흉이 됐다”며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데 쓴 비용이 정부 심사에서 지나치게 깎였다고 호소한 데 따른 조치다. 센터에서 이뤄지는 수술과 약물 처방에 대해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 기준에 부합하는지 심사한다. 불필요한 진료를 했다고 판단할 경우 병원이 청구한 금액에서 깎아 지급한다. 앞으로는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인력운영비 추가지원 방안도 의사가 없어 과로에 시달린다는 이 교수의 하소연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 권역외상센터의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인 20명을 채운 곳은 전국 외상센터 9곳 중 단 한 곳도 없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력 부족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다방면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경력, 실력과 관계없이 모든 외상센터 전문의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은 1억2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며 “사흘에 한 번꼴로 24시간 당직을 서는데 당직비도 제대로 안 나오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는 전문의 처우개선 등의 방안을 거론했다.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숙련도 높은 간호사를 우대하거나 전문의 정원(20명)을 채우는 등 인력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양질의 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병원에 의료수가를 더 보장해주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도 “정부가 쓰는 응급의료기금을 유연하게 활용해 외상외과 전문의 모집 단계에서부터 금전적 인센티브 제공, 근무여건 개선 등 유인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외상센터가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동우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아무리 수가를 보전해줘도 중증외상 치료는 수익을 위한 영역이 아니라 공공의료 성격이 강하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한 곳이라도 제대로 된 센터를 구축하고 신속한 환자이송체계를 갖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권역별로 여러 외상센터를 지정해 100억여원씩 지원금을 분산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미국처럼 경증환자는 일선 응급의료센터에서 대응하고, 외상센터는 고난도 치료가 절실한 중증환자만 보는 등 센터별 역할이 뚜렷한 시스템을 갖춘다면 국토면적상 한 곳으로도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최예슬 임주언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